줄거리
과거 조직 폭력배였던 오태식(김래원)은 사람을 죽이는 끔찍한 사건을 저지른 후, 10년의 형기를 마치고 교도소에서 출소한다. 누구보다 무서운 싸움꾼이었지만, 감옥 안에서 그는 달라졌다. 자신의 과거를 깊이 후회하며 진심으로 참회하고, 조용히 살아가기를 다짐한다.
그를 기다리고 있던 사람은 다름 아닌 양어머니(김해숙). 태식에게 진심 어린 사랑과 따뜻함을 주며, “다시는 싸우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는다. 어머니는 과거를 묻지 않고 태식을 받아주며, 함께 작은 식당을 운영하며 살아간다. 어머니가 친딸처럼 여기는 희주(허이재)도 함께 가족처럼 지낸다.
태식은 매일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며 평화로운 삶에 적응해가지만, 마을은 그를 마냥 가만두지 않는다. 과거 태식이 몸담았던 지역은 여전히 부패한 권력자들이 지배하고 있었고, 이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경찰조차도 손을 쓰지 못하게 만든다. 그중에는 시장 후보로 나선 지역 유지와 그의 아들이 중심에 있다.
태식은 아무 일에도 휘말리지 않으려 조심스럽게 거리를 두지만, 주변 상황은 점점 그를 자극한다. 특히, 어머니가 운영하는 식당 부지를 강제로 빼앗으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권력자들의 협박과 조작, 폭력이 서서히 태식을 다시 과거의 그림자 속으로 밀어 넣는다.
그러던 어느 날, 희주는 상철이에게 벽돌로 머리를 다치고, 더 나아가 가장 소중한 존재였던 어머니가 그들에게 무참히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경찰은 이를 단순한 사고로 처리하려 하고, 진실은 묻힐 위기에 처한다. 태식은 세상에 마지막으로 붙잡고 있던 희망마저 잃는다.
그토록 지키고 싶었던 “다시는 싸우지 않겠다”는 어머니와의 약속. 하지만 그 약속을 지킨 대가가 너무나도 컸고, 그 약속이 더 이상 의미 없어진 순간, 태식은 마침내 자신 안에 묻어 두었던 과거의 자신을 꺼내 든다.
태식은 조직에서 쌓은 모든 싸움 실력과 분노를 폭발시키며, 자신과 어머니의 삶을 무너뜨린 자들을 하나씩 처단하기 시작한다. 모두를 처리한 후 태식은 불타는 오라클 한복판에서 우두커니 주저앉는다.
장면이 바뀌고 희주의 모습이 나오고 희주는 메모장에 태식이가 했던 것처럼 자신이 앞으로 하고자 하는 일들을 적어 놨다. 논문 통과하기에 X자를 표시한다. 그리고 예전에 수학 선생과 나눴던 대화를 떠올리고 석양과 함께 끝이 난다.
용서가 힘든 현실
태식은 진심으로 변하고 싶어했고, 실제로도 변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한 인간이 진심으로 참회하고 변하더라도, 사회와 환경은 그를 과거에서 쉽게 놓아주지 않는다는 냉혹한 현실을 보여줍니다. 태식은 ‘용서’하고 싶었고, ‘용서받고’ 싶었지만, 세상은 그에게 다시금 폭력을 강요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결국엔 태식은 잊을 수 없는 것들과 싸우기 위해, 다시 주먹을 들 수밖에 없게 됩니다.
평범한 삶을 망치는 과거의 흔적
이 영화의 진짜 비극은 태식이 원했던 게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는 점이라 생각합니다. 그는 그저 식당을 운영하며, 어머니와 평범하게 살고 싶었을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과거의 그늘은 뿌리 깊게 남아 있었고, 그를 둘러싼 마을 역시 ‘악’에 이미 깊숙이 물들어 있었습니다. 영화는 과거가 얼마나 쉽게 끊기지 않는지를 보여줍니다.
두 얼굴 모두 사람
태식은 과거에 ‘괴물’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를 감싸는 사람들은 그를 ‘사람’으로 바꾸어 주었습니다. 어머니는 조건 없는 사랑을 주었고, 친구들은 그를 진심으로 대했습니다. 반면, 권력자와 그 아들은 인간의 잔인함과 탐욕을 극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사람은 잔인한 존재일 수도 있고, 동시에 가장 따뜻한 존재일 수도 있습니다. 이 영화는 그 두 얼굴을 모두 보여주며, 감정을 흔듭니다.
약속의 무게
태식을 가장 오랫동안 붙잡고 있었던 것은 바로 ‘약속’이었습니다. 어머니와 했던 약속, 그 짧은 말이 그의 분노를 억눌렀고, 다시는 주먹을 들지 않게 만들었습니다. 태식에게 어머니는 단순한 가족 그 이상이었습니다. 그의 인간성을 지탱하는 마지막 기둥이었고, ‘새로운 삶’이라는 희망 그 자체였습니다. 그렇기에 어머니의 죽음은 단순한 비극이 아니라, 그의 모든 것을 무너뜨리는 결정타였던 것입니다.
후기 : 슬픔과 명대사
해바라기는 복수극이 아니라, 인간의 변화와 용서, 그리고 잊지 못할 상처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었다 생각합니다. 과거의 선택이 용서로써 끝나지 못하고 현실에 계속 부딪히는 모습은 지금에도 바뀌지 않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 더욱 와 닿는 영화였습니다.
특히 영화 내 명대사들이 많은데 슬픈 장면에서 나온 대사인데도 현재까지도 재미있는 패러디나 밈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모두 가 아시는 "꼭 그렇게.. 다 가져가야만.. 속이 후련했냐!OOOO들아 ", "사람이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는 게 세상 이치라더라, 알아들었냐? 지금부터 내가 벌을 줄 테니까... 달게 받아라.", "병진이 형, 형 나가... 나가, 뒤지기 싫으면." 등 많은 명대사를 남겼습니다.
가끔 명대사 기억날 때 찾아보곤 하는데, 찾아본 김에 이 영화를 보셨던 분들도 다시 한번 영화를 보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