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결말 포함)
일제강점기의 아픔을 뒤로하고, 엽문은 가족과 함께 홍콩으로 이주한다. 생계는 막막했고, 생활은 궁핍했지만, 그는 무도인의 자존을 잃지 않으려 했다. 가족을 위해 무술관을 열기로 결심한 엽문. 그러나 홍콩의 무술계는 이미 홍가권을 중심으로 형성된 철저한 폐쇄적 질서 속에 있었다. 외지인에게 문을 열지 않는 그들 앞에서, 엽문은 제자 하나 받는 것조차 허락받지 못한다.
하지만 엽문은 꿋꿋이 버티며 무술관을 열고, 우연히 엽문의 실력을 지켜본 젊은 청년들이 그의 제자가 되고자 찾아오기 시작한다. 특히 엽문의 태극권 같은 절제된 전투 스타일은 홍콩 무술계의 눈에 띄기 시작하고, 결국 그는 무술계의 암묵적인 법도에 따라 실력을 증명하는 ‘도장 깨기’에 나선다. 여러 무술가와의 대련 끝에, 엽문은 마침내 그들을 설득하고, 홍콩 무술계의 일원으로 인정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그는 홍사부라는 인물과 마주한다. 홍사부는 전통을 중시하며, 자신의 제자들과 가문을 지키려는 강직한 인물이다. 처음엔 엽문을 경계하고, 이방인으로서 무술계를 흔들려는 자로 오해하지만, 엽문의 진심과 실력을 마주한 후엔 그에 대한 인식을 바꾸게 된다. 두 사람은 처음엔 무력으로 충돌하지만, 곧 무도의 본질에 있어 서로가 닮았음을 알아가며 진정한 동료가 되어간다.
그러나 위기는 외부에서 시작된다. 영국에서 온 권투선수 트위스터가 홍콩을 찾고, 홍콩 무술계를 깔보며 도발적인 경기를 시작한다. 트위스터는 단지 강력한 힘을 지닌 스포츠맨이 아니라, 전통과 문화, 그리고 무도정신을 조롱하는 식민주의의 얼굴과도 같다. 영국 측은 격투 대회를 열어 권투의 우월성을 홍콩 시민에게 과시하려 하고, 여기에 홍사부가 참가하게 된다.
하지만 규칙 없는 폭력에 가까운 트위스터의 기술 앞에서 홍사부는 중상을 입고, 결국 경기장 한복판에서 사망한다. 이는 홍콩인들에게 있어 자존심이 짓밟힌 사건이었다. 무술계는 충격에 빠지고, 엽문은 더 이상 물러서지 않기로 결심한다.
엽문은 영국 측에 정식 도전을 선언한다. 이는 단지 개인적인 복수가 아니라, 중화무술의 명예, 나아가 민족 자존의 문제였다. 수많은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열린 결투. 트위스터는 여전히 규칙 없는 폭력으로 엽문을 위협하지만, 엽문은 흔들리지 않는다. 빠르고 정교한 기술과 강단 있는 공격으로 점점 트위스터를 압도한다.
마지막 일격의 순간, 엽문은 상대를 죽이지 않는다. 그가 꺾은 것은 트위스터의 육체가 아니라, 그의 오만함이다.
결투 후, 엽문은 마이크를 잡고 말한다. “중국 무술은 약하지 않다.” 그 한마디는 역사와 문화를 지키는 무인의 진심이 담긴 외침이었다.
이어온 엽문의 정신
엽문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무도는 사람을 죽이는 기술이 아닌, 사람을 지키는 것'임을 잊지 않습니다. 트위스터와의 결투에서 상대를 죽일 수 있었음에도 멈추는 그의 선택은, 관객에게 감동과 존경을 안겨줍니다. 무예의 진정한 가치는 승리가 아니라 '품격'임을 보여준 장면이라 생각합니다.
동성양의 무술 대결
<엽문 2>는 동서양 무술의 차이를 날카롭게 보여줍니다. 트위스터는 규칙도, 존중도 없이 힘만을 앞세우는 반면, 엽문은 기술과 인내, 절제 속에서 싸웁니다. 영화는 이를 단순한 격투의 승부가 아닌, 문화의 충돌이자 자존의 싸움으로 승화시킨 거 같습니다. “중국 무술은 약하지 않다”는 대사는 단순한 승리 선언이 아니라, 침탈당한 문화에 대한 외침처럼 표현된 거 같습니다.
변하지 않은 가장
<엽문 2>에서의 엽문 또한 무인이지만, 동시에 남편이고 아버지로서 살아갑니다. 무술관 운영의 어려움과 제자 양성 속에서도 가족을 향한 애정을 잃지 않는 모습은, 한 인간으로서의 엽문을 잘 보여줍니다. 특히 아내와의 대화에서 엿보이는 갈등과 이해는 그를 더욱 입체적인 인물로 만들어 준거 같습니다.
의외의 홍사부
홍사부와 엽문은 처음엔 대립하지만, 갈등 끝에 서로의 진심을 이해하게 됩니다. 홍사부는 전통과 질서를 중시하는 인물이지만, 엽문의 태도를 보며 결국 그도 ‘무도의 본질’에 다가섭니다. 두 사람의 화해는 홍콩 무술계의 통합을 상징하며, 엽문이 단순히 싸움꾼이 아닌 리더로 성장했음을 보여줍니다.
후기 : 더욱 풍부해진 내용으로 돌아오다
1편이 일제 강점기의 고통과 개인적 복수를 그렸다면, 2편은 무도와 문화, 민족을 아우르는 더 넓은 주제를 담고 있어 이야기의 깊이가 더해졌습니다. 또한, 엽문뿐 아니라 홍사부, 트위스터 등 다양한 인물들이 자신만의 철학을 지니고 있어 이야기가 풍부해졌습니다.
아쉬운 점은 1편에서 보여주었던 1:10 같은 임펙트 있는 장면은 없었던 것 같아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영화의 메인 테마인 액션쪽은 무술 대련과 권투의 대비가 극적이고, 기술 하나하나가 더 정교하고 인상 깊게 그려졌습니다.
거기에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무술하면 떠오르는 인물인 이소룡이 어린아이로 등장하기도 하니 꼭 끝까지 모시는걸 추천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