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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문 1> 화려한 액션에 지쳤다면 이 영화가 딱!

by em46 2025. 4. 16.

영화 <엽문 1> 포스터

줄거리 (결말 포함)

1935년, 중국 광동성의 포산(佛山)은 무술의 도시로 명성이 높다. 이곳엔 수많은 무술관이 있지만, 실질적인 최고수로 불리는 이는 엽문(견자단)이다. 그는 영춘권 고수로서 뛰어난 실력을 가졌지만, 결코 무술로 생계를 유지하지 않고, 제자를 받지도 않으며, 화려함 대신 조용히 살아가는 인물이다.

어느 날, 타지에서 온 무술인 금산조가 포산의 무관들을 도전하며 떠돈다. 엽문 역시 그 도전에 맞서 싸우게 되지만, 그 대결은 비공식적이고 조용히 진행된다. 엽문은 기술 하나하나로 상대를 압도하면서도 자만하지 않으며 예를 다하는 자세를 보여준다. 그를 지켜보던 많은 이들은 그가 진정한 무인의 풍모를 가졌음을 느낀다.

그러던 중, 1937년 중일전쟁이 발발하고 포산은 일본군에게 점령당한다. 도시 전체가 피폐해지고, 엽문의 가족 또한 모든 것을 잃는다. 한때 호화로운 저택에 살던 그는 이젠 낡은 창고에서 아내와 아들과 함께 생활하며, 석탄 공장에서 고된 노동을 하게 된다.

어느 날, 친구 주천지가 일본군이 벌이는 무술 시합에 나가 쌀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한다. 일본군 장교 미우라(이케우치 히로유키)는 중국 무술인들을 모아 일본 무술가들과 대련을 시키고, 이기면 쌀을 주는 방식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그러나 이는 중국 무술인을 모욕하고 일본 무도의 우위를 과시하기 위한 정치적 쇼에 불과했다.

엽문은 처음엔 참여를 거부하지만, 주천지가 시합 중 일본군에게 무참히 살해당하자, 분노한 그는 직접 시합에 나선다. 그리고 혼자서 일본 무술인 10명을 상대로 싸워 단숨에 모두를 제압한다. 

엽문의 강함에 주목한 미우라는 그에게 정식 대결을 제안하며, 중국인들의 사기를 꺾기 위해 이용하려 한다. 하지만 엽문은 “무도는 사람을 위한 것”이라며 제안을 거절한다. 결국, 미우라는 협박을 통해 엽문을 억지로 시합에 끌어들이고, 수많은 시민이 지켜보는 앞에서 시합이 열리게 된다.

시합 당일, 엽문은 전투 중에도 끝까지 냉정함을 잃지 않고, 미우라를 완벽히 제압한다. 그러나 승리와 동시에 일본 장교가 엽문에게 총을 발사하고, 그는 가슴에 총상을 입는다. 다행히 그를 도운 시민과 친구 덕에 엽문은 목숨을 구한다.

엽문에게 무술이란

《엽문 1》의 중심에는 단순히 강한 무술인이 아닌, 철학을 지닌 무도인이 존재합니다. 엽문은 영화 내내 싸움을 피하려 하고, 자신을 드러내려 하지 않습니다. 그에게 무술은 남을 이기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어였던 거 같습니다.

그런 엽문의 대련 중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일본군과의 대련에서 10명을 상대로 싸우는 장면이었습니다. 이 장면은 영화의 액션 클라이맥스이기도 하지만, 철학적으로도 강한 상징성을 지녔습니다. 엽문은 압도적으로 승리하지만, 상대를 죽이거나 과도하게 공격하지 않습니다. 정확하고 절제된 동작으로 상대를 무너뜨리는 모습에서 무술의 목적이 단순한 공격이 아님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이러한 태도는 마지막 미우라와의 대결에서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그는 끝까지 침착하게 싸우며, 분노에 휘둘리지 않습니다. 그가 보여주는 모든 행동은 ‘무술은 인격이다’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생각합니다.

10:1이라는 영화의 상황 속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던 장면

무너지지 않는 민족의 자존

이 영화는 개인의 이야기를 통해 민족의 자존을 담아냈습니다. 엽문이 싸우는 이유는 단지 개인적인 분노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중국인이 일본군에 의해 짓밟히고 있는 현실에 맞서 싸우며, 자신의 주먹을 통해 민중에게 “우리는 아직 쓰러지지 않았다”는 희망을 전했습니다.

특히 미우라와의 결투 장면은 무술만을 보여주는 대결이 아니라 중국 무도 정신과 일본 군국주의의 대립이며, 물리적 승패를 넘은 가치의 싸움이었습니다. 엽문은 말보다는 행동으로 ‘왜 자신이 싸우는지’를 보여줍니다. 이는 단순한 통쾌함이 아닌 정신적 감동을 남겼습니다.

잔잔하면서 섬세한 액션

《엽문 1》은 무협 영화임에도 과장된 와이어 액션이나 판타지적 요소가 거의 없습니다. 대신 실전형 영춘권 액션을 압축적으로 보여줍니다. 좁은 공간, 짧은 거리 안에서 이루어지는 공격은 빠르고 리드미컬하며, 군더더기 없는 동작이 긴장감을 배가시켜줍니다.

무엇보다 견자단의 액션 연기는 단순한 기술 시연을 넘어서, 정확성과 절제의 미학을 선보입니다. ‘연타’, ‘중심축 이동’, ‘팔의 밀착’을 통해 구현된 영춘권 액션은 이후 시리즈 전체의 기준점이 되었습니다.

특히나 액션이 단지 “멋짐”에 머무르지 않고, 인물의 성격과 철학을 표현하는 도구로 사용된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액션 영화로서도 높은 완성도를 보여줬다 생각합니다.

영웅이지만 가장인 한 사람

영화 속 엽문은 영웅이지만, 동시에 한 명의 아버지이자 남편입니다. 전쟁 속에서 무너진 삶, 그리고 가족을 지키기 위한 현실적인 고민이 그의 내면을 이끌어 갑니다. 그는 싸움을 피하려 했고, 가족을 위험에 노출시키지 않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더는 피할 수 없게 되었을 때, 그는 무도인으로서 아니라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싸움에 나섰습니다.

이 모습은 영화가 영웅주의에 빠지지 않도록 해주며, 엽문이라는 인물을 신화적인 인물보다는 공감 가능한 인간으로 다가오게 했줬습니다. 그래서 그의 결투는 ‘무도’이자 동시에 ‘생활의 투쟁’이기에 관객의 감정을 더 깊게 건드렸다 생각합니다.

후기 : 액션 영화의 단비 

《엽문 1》은 한 인간의 철학과, 전쟁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신념, 그리고 가족을 위해 싸우는 가장의 고뇌까지 섬세하게 담아낸 인간극이라 생각합니다.

엽문은 영웅이 아닙니다. 그는 우리가 될 수도 있었던, 혹은 되고 싶었던 평범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어떤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았기에, 그는 시대를 초월한 전설이 되었다 생각합니다.

요즘 많은 영화가 CG와 많은 촬영방법으로 화려하게 연출하는 것에 비해 조금은 소박하고 잔잔한 액션영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냥 잔잔한 것이 아닌 섬세하고 과장되지 않은 사실적인 액션이 이 영화의 매력이라 생각합니다. (엽문이 실재 인물이긴 하나 영화는 어디까지나 영화일 뿐임으로 혼동이 없었으면 합니다.)

화려한 액션에 지친 분들에게 잠시 단비 같은 액션영화 《엽문 1》은 어떠실지 조용히 권유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