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결말 포함)
어릴 적 브루스 웨인은 친구와의 놀이 도중 박쥐굴에 빠지는 사고를 겪으며 박쥐에 대한 극심한 공포를 갖게 된다. 이 사건은 그의 내면에 깊은 흔적을 남기고, 이후 부모와 함께 오페라를 관람하던 중 공연에 등장한 박쥐 복장의 배우들이 그의 공포를 자극하자, 브루스는 공연장을 벗어나자고 조른다. 그 결과, 부모는 거리에서 강도에게 살해당하고, 브루스는 죄책감과 분노 속에 살아가게 된다.
시간이 흐른 후, 부모의 죽음에 대한 책임감을 이기지 못한 브루스는 킬러인 조 칠이 법정에서 석방된다는 소식을 듣고 그를 죽이려 하지만, 조직의 사주를 받은 다른 이가 먼저 조 칠을 암살하면서 복수의 기회는 허무하게 사라진다. 그 일로 인생에 회의를 느낀 브루스는 고담을 떠나 전 세계를 떠돌며 범죄자들과 어울리고, 직접 범죄의 심연을 경험한다.
히말라야 깊은 산 속, 브루스는 ‘리그 오브 섀도우’라는 조직에서 리더 라자 알 굴과 그의 수하 헨리 두카르드에게서 혹독한 무술과 정신 수련을 받는다. 그는 정의와 공포에 대한 철학을 배우지만, 고담을 ‘썩은 도시’라며 파괴하려는 리그의 계획에는 동의할 수 없어 이들과 결별하고 조직을 파괴한 뒤 탈출한다.
고담으로 돌아온 브루스는 웨인 기업의 숨겨진 기술과 자원을 활용해 새로운 존재로 거듭난다. 루시우스 폭스의 도움을 받아 고급 장비와 방탄 슈트를 마련하고, 자신을 가장 두렵게 했던 박쥐를 상징 삼아 ‘배트맨’으로 탄생한다. 그의 목표는 단순한 복수가 아닌 고담을 되살리는 것, 범죄에 맞서 희망의 불씨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고담은 이미 위험에 빠져 있었다. 변호사였던 친구 레이첼 도스는 마약 조직과 연결된 정신병원 의사 조나단 크레인(스케어크로우)의 음모를 파헤치고, 브루스는 그 배후에 리그 오브 섀도우의 재등장, 그리고 진짜 라자 알 굴의 존재를 알게 된다.
라자 알 굴은 대규모 공포가스를 시내에 퍼뜨려 고담 전체를 혼란에 빠뜨리고자 하며, 브루스는 배트맨의 정체를 숨긴 채 이를 저지하기 위해 나선다. 고든 경위와 협력하며 전동열차를 막아내는 데 성공하고, 고담은 가까스로 파괴를 면한다. 라자 알 굴은 사망하고, 브루스는 웨인 기업의 경영권도 되찾으며 외면과 내면 모두에서 ‘고담의 수호자’로 거듭난다.
마지막 장면에서 고든은 새로운 위협의 등장을 경고하며, 배트맨에게 조커라는 이름의 범죄자를 언급하고, 이야기는 다음 챕터를 예고하며 마무리된다.
배트맨이 되는 순간
브루스가 배트맨이 되기까지의 과정은 ‘공포를 극복한 인간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박쥐에 대한 트라우마를 외면하지 않고 마주하며, 그것을 자신의 정체성과 상징으로 바꿉니다. 공포를 억누르는 게 아닌, 스스로가 공포가 되는 순간 그는 ‘배트맨’으로 완성됩니다.
이상 vs 현실의 대립
라자 알 굴은 ‘정의를 위한 파괴’를 주장하지만, 브루스는 ‘정의는 개인의 선택과 희망에서 시작된다’고 믿습니다. 정의의 방식이 다른 두 사람의 철학적 대립은 히어로 vs. 빌런이 아닌,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의 대립을 통해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를 되묻기도 합니다.
이 영화속 배트맨이란?
브루스는 초능력이 없습니다. 그는 연약하고 흔들리는 (돈 많은) 인간입니다. 하지만 그가 진짜 영웅이 되는 이유는, 모든 약함과 실수를 감수한 채 자신이 옳다고 믿는 길을 끝까지 가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인간적인 고뇌 속에서 탄생한 히어로, 그것이 ‘배트맨’입니다.
그렇기에 배트맨을 진짜 위협적인 존재로 만드는 건 그의 신념이라 생각합니다. 그는 절대 사람을 죽이지 않고, 자신의 원칙을 끝까지 지키며 싸웁니다. 그의 신념이 그의 최고이자 진정한 무기입니다.
배트맨은 고담 시민에게 공포가 아닌 ‘희망’을 주는 존재가 됩니다. 그는 범죄자에겐 두려움을 주고, 약자에겐 빛이 되려 합니다. 부패와 혼란 속에 빠져 있던 도시 속에서 배트맨은 ‘포기하지 않는 선택지’를 상징하는 희망의 불꽃이라 생각합니다.
놀란 감독의 연출
배트맨 비긴즈는 기존의 만화적 이미지를 벗어나, 현실성과 철학이 담긴 히어로물의 기준을 새롭게 정립했습니다. 놀란의 연출은 ‘만화 속 영웅’을 ‘현실 가능한 존재’로 바꾸어 놓았고, 이 리부트는 이후 슈퍼히어로 영화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전환점이 되었다 생각합니다.
후기 : 다크 나이트에 밀리지 않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연출한 영화 배트맨 비긴즈는 이전에 나왔던 다른 감독의 배트맨 들과는 사뭇 다르게 무겁고 진지한 분위기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또한 히어로성을 강조하기보다는 인간 브루스 웨인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를 진행했다 생각합니다.
"I won’t kill you... but I don’t have to save you." ('죽이지도 않지만, 살려 주지도 않아'라는 그런 뜻)
이 대사는 배트맨의 신념이 무엇인지 잘 보여 주는 거 같아 개인적으로 너무 좋았습니다.
워낙 이다음 작품인 다크 나이트가 유명하지만, 그 유명 덕분에 보게 된 배트맨 비긴즈도 너무 좋은 영화였습니다. 다크 나이트만 보신 분들은 한 번쯤 배트맨의 탄생을 보시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