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스파이더맨으로서 도시를 지키는 삶은, 피터 파커에게 상상보다 훨씬 더 무거운 짐이었다.
대학 공부, 피자 배달 아르바이트, 메리 제인과의 관계까지 어느 하나 제대로 지키지 못한 채, 그는 점점 지쳐갔다. 스파이더맨으로서 시민을 구하는 동안, 피터 파커로서의 삶은 무너져내리고 있었다.
그런 압박감 속에서 피터는 이상한 현상을 겪는다. 거미줄을 발사하는 능력이 약해지고, 심지어 빌딩을 날던 도중 힘을 잃고 추락하기도 한다. 몸뿐만 아니라 마음마저 흔들린 피터는 결국 "나는 스파이더맨을 그만둬야 할까?"라는 고민에 빠진다. 그는 히어로 수트를 버리고 평범한 삶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한편, 피터가 존경하는 과학자 오토 옥타비우스는 혁신적인 핵융합 에너지 실험에 몰두하고 있었다. 하지만 실험은 실패로 끝나고, 폭발 사고로 인해 아내를 잃은 그는 통제할 수 없는 인공지능 팔에 의해 조종당하기 시작한다. 세상을 증오하게 된 옥타비우스는 '닥터 옥토퍼스'가 되어 자신의 실험을 완성하기 위해 폭주한다.
스파이더맨 없는 세상, 닥터 옥토퍼스의 위협이 점점 커지자 피터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왜 이 힘을 갖게 되었는가?" 결국, 그는 자신의 책임을 받아들이고, 다시 히어로로 돌아간다.
뉴욕의 고층 빌딩 사이를 누비며, 피터는 닥터 옥토퍼스와 다시 맞붙는다. 특히 폭주하는 전철 위에서 시민을 구하기 위해 끝까지 싸우는 스파이더맨의 모습은 모든 사람들의 심금을 울린다.
결국 피터는 닥터 옥토퍼스의 인간성을 일깨워내고, 옥타비우스는 마지막 순간 스스로를 희생해 대재앙을 막는다. 모든 싸움이 끝난 뒤, 메리 제인은 피터가 스파이더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겠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피터의 친구 해리 오스본은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복수심에 사로잡혀, 스파이더맨(=피터)을 향한 어두운 감정을 키워나간다. 해리는 우연히 아버지의 숨겨진 비밀 방을 발견하고, 그린 고블린의 유산을 이어받을 것을 결심한다. 이는 앞으로 다가올 더 큰 비극을 예고한다.
후편을 예고하는 장면
스파이더맨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던 해리는 닥터 옥토퍼스와 손잡고 스파이더맨을 잡으려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아버지 노먼 오스본(그린 고블린)의 환영을 본 해리는 비밀 방으로 이끌려 갑니다. 거기엔 아버지가 사용했던 고블린 장비들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해리는 절망과 분노, 그리고 아버지의 그림자에 짓눌린 끝에 복수를 다짐합니다. 이 짧은 장면 하나로, 시리즈가 앞으로 얼마나 어두워질지 짐작할 수 있게 해줬습니다.
영화속 최고의 장면
피터와 닥터 옥토퍼스이 빠르게 달리는 전철 위에서 벌이는 숨 막히는 결투 장면이 있습니다. 닥터 옥토퍼스이 전철을 폭주시키자, 피터는 몸을 던져 열차를 멈추려 합니다. 거미줄을 뻗어 양쪽 빌딩에 매달고, 필사적으로 열차를 붙잡아 세우는 데 성공하지만, 결국 힘이 다 빠져 결국 탈진합니다.
그 순간, 열차 안에 있던 시민이 그를 조심스럽게 들어 올립니다. 그들은 피터의 어린 얼굴을 보고 놀라지만, 누구 하나 그 정체를 알리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피터는 처음으로 도시 사람들에게 진심 어린 신뢰를 느끼게 됩니다. 이 장면은 히어로란 무엇인가를 말없이 보여준 최고의 순간이었다 생각합니다.
여전히 매력적인 메시지
스파이더맨 2는 히어로 영화의 전형을 새로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눈부신 액션과 화려한 특수효과도 있었지만, 이 영화가 특별했던 이유는 스파이더맨 영화의 주요 메시지였던 '힘에는 책임이 따른다'라는 메시지를 집요하게 파고들었기 때문입니다.
피터는 강한 힘으로 그저 악당을 때려잡는 영웅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현실 속에서 끊임없이 실패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자신의 한계에 부딪히며 조금씩 성장해 갑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다시 일어서는 순간이 더욱 감동적이었다 생각합니다.
샘 레이미 감독은 이처럼 인간적인 고뇌와 장대한 액션을 균형 있게 섞어냈고, 이 덕분에 스파이더맨 2는 수많은 슈퍼히어로 영화들 속에서도 단연 빛나는 작품으로 남았다 생각합니다.
비극적 영웅 닥터 옥토퍼스
닥터 옥토퍼스 (오토 옥타비우스)
오토 옥타비우스는 뛰어난 두뇌, 야망, 따뜻한 인간성까지 갖춘 피터에게는 롤모델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러나 실험 실패와 사랑하는 아내의 죽음 이후, 모든 것을 잃게 됩니다.
그의 인공지능 팔은 그를 통제하면서, 그 안에 숨겨진 분노와 절망을 끄집어냈습니다. 하지만 오토는 끝내 피터의 말에 인간성을 되찾고, 스스로 죽음을 택해 자신의 실수를 바로잡습니다. 그렇기에 닥터 옥토퍼스은 단순한 악당이 아니라, 과학자이자 인간으로서 몰락하고 다시 일어서는 비극적 영웅으로써 강한 인상을 남겨 주었습니다.
후기 : 1편에 이은 성공적인 2편
스파이더맨 2는 전작에 가지고 있던 메시지를 더욱 강하게 보여주는 동시에 더욱 화려해진 액션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주요 캐릭터들의 특성을 잘 살려 줌으로써 영화의 몰입을 많이 높여주고 후편까지 기대하게 한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영화 중반부, 피터가 스파이더맨으로 사는 삶을 포기하려는 과정은 조금 늘어져서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다 생각합니다. '나는 히어로가 되고 싶지 않아'라는 고민이 여러 번 반복되면서 흐름이 다소 정체되는 구간이 생긴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다 떨쳐버릴 정도의 액션과 배우들의 연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스파이더맨의 팬이 아니더라도 한 번쯤은 시리즈물은 한 번씩 보는 걸 추천하고 싶습니다.